삐삐가 하늘나라로
1998년 9월 26일생
2010년 8월 20일 오후 5시30분 사망
2010. 8.14일(토)
애견의 이름은? 삐삐
인터넷 회원가입시에 여러번 써먹은 비밀번호 찾기 질문이다.
그런데 그 삐삐가 7월 말경부터 무척 아프다.
초음파진단결과 대장암이라하는데 이미 온몸에 전이가 이루어져 복수도 차고 아마 회복불능이될거라는 진단이 내려졌고, 이미 먹지도못하는것 같고 그래서이겠지만 비쩍말라서 갈비뼈가 보일지경이다.
먹지도 못하면서 토하기까지 한다.
무척 고통스러울텐데 말도 못하고 혼자 앓는모습을보자니 정말 안타깝다.
저녁에는 은이와 깨비랑 tv를 보고있는데 비틀비틀 걸어오더니 상밑으로 들어가 퀭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괴로움으로 몸을 간헐적으로 떨면서도 눈은 아직 살아있다.
이미 노령견인데다가 항암치료를해도 가능성이 없다고해서 연장치료는 하지 않기로 가족회의에서 결정을 보았지만 어째야 좋을지 정으로치자면 이리해도 저리해도 후회가 될것같다.
손을 뻗어 앞다리에 손을대니 끈적끈적한 액체를 토해놓았다.
덩달아 작은놈 깨비도 걱정스러운듯 쳐다보고 있다. 무척 장난꾸러기여서 삐삐에게 올라타고 귀찮게 굴더니 요즈음은 장난도 치지 않고 우울한 표정이다.
삐삐가 큰 병에 걸린것을 아는 눈치다.
삐삐를 제자리로 보내고 방을 닦고나니 궁금한듯 와서는 냄새를 맡아본다.
엄살도 피울줄모르는 우직하고 미련한 삐삐!
널 어쩌면 좋으냐!
삐삐는 햇볕을 좋아해서 일광욕을 즐기는데 계속 날마다 비까지 오고있다.
2010.8.17(화)
새벽 1시
장판에 밟히는 발자국소리에 잠이 깼다.
상밑에 삐삐가 들어가서 새카만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마치 더이상 보지못하고 듣지못하기전에 눈에 깊이 새겨두려는듯이...가슴이 뭉클해지고 평상시처럼 네자리로 가라고 내보내지를 못하겠다.
어쩐지 큰병에 걸려 다시는 회복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듯한 태도가 영 가슴에 가시처럼 느껴진다.
결국 늙고 병들면 사람이나 동물이나 외롭고 슬프고 두려울것이다.
얼마나 아플까!
괴로운 신음소리를 약하게 내며 몸을 뒤척인다.
이제는 더이상 토할것도 없어 끈적끈적하고 맑은 위액만 토해놓는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침도 삼키지 못할 정도로 몸이 엉망인가보다.
한창때에는 깨비밥까지 먹어치워버렸었는데....
2010.8.20(금)
오후 5시 30분
드디어 우리삐삐가 은이 옆에서 조용히 영원히 눈을 감았다.
오전에 깨비 목욕을 시켜주고 드라이를 해주는동안 보이지가 않아 찾아보니 그 아프고 기운없는 몸으로 물이 흥건한 욕실바닥에 마치 저도 목욕을하고싶다는듯이 목도 가누지 못하면서 누워 있어서 할수 없이 시켜주었단다.
이세상을 하직하기전에 목욕재계한다더니 정말 깔끔하던 삐삐다운 발상이다.
그리고 은이가 컴퓨터를 하는옆에 소리없이 누워있다가 정말 소리없이 눈을 감았다.
며칠전 쭈그리고 누워있는 삐삐에게 부탁을했다.
'너무 괴롭거든 고생하지말고 조용히 가거라'라고...늘 무슨얘기를하면 알아들었다는듯이 눈을 깜박이곤했었는데...기운이 없어 그런 표시도 못했지만 내마음을 읽었으리라 생각한다.
12년전 우리에게로 와서부터 지금까지 깨끗하고 고고한 품위를 끝까지 지켜주고간 삐삐.
밝은 햇볕을 좋아하고 푸른 풀밭을 뛰기 좋아하던 네가 이제는 천국에서 마음대로 뛰어놀기를...
8월4일 입원 초음파검사 링겔치료후 8월5일 퇴원,8월17일 다시 링겔투여치료...
그 이후 전혀 먹지를 못하더니 오줌을 누고서도 일어서지를못해 주저앉아버리곤 하더니, 마지막날에는 몸을 씻고 싶었나보다.
병이 심해지면 피까지 토한다고해서 식구들모두 은근히 걱정을하고 외출도 맘놓고 하지못했었는데 눈을감는순간까지도 깨끗하고 배려깊고 착하게 이세상과 하직을해서 더욱 가슴이 아프다.
아무쪼록 좋은 곳으로가서 네엄마와 퉁이도 만나고 날 기다려...나도 널 보러갈께...
지금은 새벽 5시
방석위에 누워있는 너는 마치 그냥 잠을자고 있는듯하다...그러나 네몸은 서서히 싸늘해져가고 있구나.
우리모두 조금있다가 널 선산에 묻어주러 갈거야.
이제는 고통을 잊고 편히 자거라 삐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