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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비즈 스톤과 에번 윌리엄스, 잭 돌시는 오디오(Odeo)란 벤처기업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였다. 디지털 음성 파일(팟캐스트)을 만들고 검색하는 웹 서비스를 개발하는 회사였다. ‘팟캐스트 업계의 구글’이 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사업을 접기로 마음먹은 최고경영자(CEO) 윌리엄스는 회사의 미래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이때 엔지니어인 돌시가 머릿속에서 맴돌던 아이디어 하나를 꺼냈다.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를 짧은 문자메시지로 동료에게 전하는 웹 서비스였다.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돌시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스톤은 2주 만에 시제품을 만들어냈다. 편의상 메시지는 140자 이내로 제한했다. 시범 사용해 본 주변 반응은 좋았다. 2006년 7월 트위터라는 이름의 이 서비스가 시작됐다.
좋은 직장 때려치우고 회사 차린다면…한국선 주위에서 말리는가, 아닌가?
극적 성공 하려면 찬란한 실패 준비를
세계적 열풍을 몰고 온 트위터는 4년 만에 등록자가 1억500만 명을 넘어섰다. 매일 30만 명이 새로 가입한다. 트위터의 무엇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 티베트 종교지도자 달라이 라마, 영화배우 박중훈처럼 다양한 사람을 끌어들인 걸까.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만난 트위터 공동창업자 비즈 스톤(36·사진)은 기자의 예측이 빗나간 인물이었다. 두 차례 대학을 자퇴한 이력과 20년 가까이 인터넷 회사에 몸담은 경력으로 미뤄 천재형 괴짜라고 상상했다. 그런데 회의실 작은 원탁에 마주 앉은 그는 ‘모범생 과’였다. 단정한 청바지와 흰 운동화, 검은색 라운드넥 티셔츠에 니트 점퍼는 목까지 여몄다. 뿔테 안경 너머 눈빛과 목소리는 한 번도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 큰 성공을 거둔 트위터가 우연히 개발됐다는 얘기인가.
샌프란시스코의 트위터 본사에 걸린 액자. ‘내일은 더 좋은 실수하자’는 이 글귀는 공동창업자 비즈 스톤이 가장 아끼는 말이다. 역발상이란 화두를 던지기 위해 거꾸로 걸었다. | |
“그렇다. 트위터는 본업이 아닌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뜻밖의 상황에서, 심지어 실수가 성공이 되는 경우가 꽤 있다. ‘오디오’는 개발자인 우리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으니 실패가 예정된 것이었다. 그런데 트위터는 우리가 먼저 빠져들었다. 성공하기 위해선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그래야 열정과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창업자들도 트위터가 지금처럼 폭넓게 애용될 줄 예상하지 못했다. 140자라는 글자 수 제한과 단순한 기능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 동료처럼 소그룹을 묶어주는 소통 창구로 쓰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트위터는 시위대를 조직하고(이집트와 이란), 지진 발생을 알리고(칠레와 아이티), 화산재 때문에 공항에 발이 묶인 여행자들이 육로 이동 정보를 교환(유럽)하는 데도 사용된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스타나 유명 기업인의 실시간 근황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트위터의 등장이 기자로선 좀 혼란스럽다고 그에게 고백했다. 언론을 통하던 유명인들이 대중과 직접 소통하고, 아이티 지진 같은 천재지변도 트위터가 1보를 날리는 판에 언론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
도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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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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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해 주는 게 언론의 역할이고, 그래서 저널리즘은 영원하다는 게 내 소신이다.” 스톤은 트위터에서 CNN을 팔로잉하면서 실시간으로 뉴스를 받아 본다. 트위터와 언론이 서로 보완하는 방안을 찾기 위한 팀도 최근 꾸렸다 |
“트위터가 내보내는 건 140자짜리 토막소식이다. 그걸로는 원인 분석
그 스톤이 창의력을 이끌어내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꼽은 것이다. “동료와, 친구들과 둘러앉아 어떤 가정을 설정하고 농반진반의 대화를 하는 걸 좋아한다. 예컨대 중력이 없다고 가정하고,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얘기하다 보면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온다. 수직적 사고가 아닌 수평적 사고다. 절대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아이디어들이 나오지만, 그런 크레이지 아이디어가 있어야 현실적인 아이디어도 나오는 법이다.”
트위터·애플·구글 등 미국 기업의 성공 신화는 “기업인을 우러러보는 미국 문화 덕이 크다”고 그는 지적했다. 기업인은 영웅으로 대접받고,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와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벤처사업에 뛰어드는 걸 높이 평가하고 격려하는 게 미국 문화라고 소개했다. “유럽만 해도 은행이나 로펌 같은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기업을 하겠다고 하면 주변에서 말리는 분위기라고 한다. 한국도 그런가?”
휴대전화·TV 등 첨단 디지털 분야에서 앞서 가던 한국 기업들이 아이폰의 출현에 맥을 못 추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조직의 구성을 다양화하면 창의성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전자회사라고 컴퓨터 전공자만 뽑을 게 아니라 아티스트·시인·자유사상가를 한데 넣어봐라.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섞이면 기존엔 생각할 수 없던 창의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게 그의 조언이었다.
140자 이내의 자기 소개를 부탁하자 그는 “첫째는 아티스트고, 둘째로 테크니션이자 기업인”이라고 했다. 실제 그는 그래픽 아티스트로 출발했다. 보스턴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노스이스턴대와 매사추세츠대를 각각 1년씩 다니다 자퇴했다.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로 출판사에서 짐을 날랐다. 어느 날 점심시간에 미술 부서가 자리를 비운 틈에 몰래 들어가 책 표지를 디자인했다. 그림을 본 아트 디렉터가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을 때 스톤은 미련 없이 학교를 그만뒀다.
“대학 졸업장 안 딴 걸 후회하지 않느냐고? 학교수업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현장에서 빨리 배우고 싶었다. 대학을 그만둔 게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었다.”
● 젊은 벤처 기업인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성공은 실패에서 온다. 기꺼이 실패할 수 있어야 성공한다. 극적으로 성공하고 싶으면, 찬란하게 실패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 정작 당신은 찬란하게 실패한 적이 없지 않나.
“내 뜻이긴 했지만, 대학 학위를 따는 데 실패한 건 사실이다. 구글이 기업공개(IPO)를 한 직후 구글을 그만뒀는데, 거의 1년간 내 선택이 잘못됐나 고민했다. 밤마다 계산기를 꺼내 놓고 얼마를 날렸는지 계산했다. 그만하라는 아내의 말을 듣고서야 계산기를 버렸다.”
● 보통 아내들이 더 성화 아닌가.
“아내는 야생동물 재활병원에서 일한다. 다친 동물을 치료해 원래 서식지로 돌려보내는 일이다. 내가 돈보다는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길 바라는 사람이다.”
스톤은 생각도 단정했다. 무엇이 당신에게 동기를 부여하는가 묻자 “남을 돕는 일”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천재지변부터 잃어버린 자전거 찾기까지, 사람들이 트위터를 통해 서로 돕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 내면의 선(善)을 발견했다. 트위터의 승리는 기술의 승리가 아니라 휴머니티의 승리다. 우리 직원들은 유토피아에 산다. 남들이 더 잘될 수 있도록 도우면서 돈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처음으로 웃었다.
‘블로거’만들어 대박…한때 커피값 없어 소파 틈새 동전 뒤지기도
공동 창업자 에번 윌리엄스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에번 윌리엄스(38·사진)가 트위터를 만들 당시 회사 이름은 ‘오디오’였다. 그는 2006년 회사명을 ‘아비어스(Obvious Corp)’로 바꿨다. “최고의 아이디어는 다 지나고 보면 너무 명백한(obvious) 것이더라. 뻔하지만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게 바로 창의성이다.”
바로 이 창의성이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를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성공한 CEO 중 한 명으로 키운 원동력이다. 그는 미국 중부 대평원에 있는 네브래스카주에서 옥수수와 대두 농사를 짓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형은 아버지를 따라 농사일을 배우고 사냥을 즐겼지만, 에번은 집에서 책 읽는 걸 좋아했다. 집에서 소를 키웠지만 그는 계란도, 우유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vegan)을 한다(공동창업자 비즈 스톤도 엄격한 채식주의자다). 고교 졸업 후 네브래스카대에 진학했으나 1년 반을 다니다 자퇴했다. “대학은 시간 낭비 같았다. 빨리 일을 하고 싶었다.”
3년간 플로리다·텍사스 등 외지를 떠돌다 고향으로 돌아와 회사를 차렸다. 1994년은 인터넷이 막 대중화되기 시작한 때였다. 인터넷 사용법을 담은 비디오와 CD롬을 팔았다. “인터넷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 왠지 앞으로 중요해 질 것 같아서”였다. 기술도, 경영 능력도 없는데 사업이 잘될 리가 없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10년 넘게 수입이 없는 빈곤한 생활이 계속됐다. 그는 “컴퓨터 앞에서 밤을 꼬박 새운 어느 날 아침, 커피 마실 동전 몇 닢이 없어서 소파 틈새를 뒤졌다”고 회상했다.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상태로 샌프란시스코에 왔다. 프로그램 개발회사를 만들었는데, 이때 보조 프로젝트로 진행한 애플리케이션 ‘블로거’가 2003년 구글에 매각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당시 매각금액은 5000만 달러(약 550억원)로 추정됐다. 오늘날 흔히 쓰이는 블로거라는 단어는 그의 창작물이다.
그는 e-메일 인터뷰에서 “트위터는 사용자들이 손쉽게 정보를 나눌 수 있도록 설계해 짧은 시간에 폭넓은 인기를 얻었다”며 단순함과 유연성, 개방성을 성공의 비결로 꼽았다.
김준술 기자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 하지 마라'…사내 공짜 음식은 구글 벤치마킹
7~9월 한국어 서비스 시작
성공 전략 담긴 대형 보드판 트위터의 핵심 전략 16개와 실행 방안을 적은 대형 화이트보드. 트위터의 성공 전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보물단지’다. | |
사무실 한가운데 널찍하게 자리 잡은 커먼룸은 주방 겸 식당, 휴게실 겸 대회의실로 쓰이는 공간이다. 빵과 시리얼·과일·우유로 풍성하게 차려진 테이블 주변엔 아침식사를 하려는 직원들이 분주하게 음식을 담고 있었다. ‘공짜 음식’ 전략은 구글에서 벤치마킹했다.
사무실 안쪽 벽에는 트위터의 최고 보물이 걸려 있다. 회사의 핵심 전략 16개와 구체적 실천 요령을 빼곡히 적은 대형 화이트보드다. 신뢰·봉사·집중·투자라는 핵심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남을 돕는 일을 잘할수록, 우리는 더 성공한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을 하지 마라’ ‘사람과 자신에게 투자하라’고 직원들을 격려한다.
약속·과학·유연성이란 항목을 통해 ‘유의미한 모든 것은 측량한다’ ‘심사숙고를 최소화하고, 분석을 최대화하라’ ‘처음의 가정이 틀렸다고 가정하라’고 강조한다. 영향력·예술성을 키워드로 ‘선(善)을 행하는 데 만족하지 말고, 남들이 좋은 일을 하도록 도와라’ ‘스타일과 미(美)는 중요하다’는 가치를 설파한다.
트위터의 성공 요인으로 꼽히는 개방성도 핵심 가치로 제시돼 있다. 트위터는 가입과 사용방법을 단순하게 만들어 폭넓게 사용자를 끌어모았다. 사람이 많이 모일수록 흥미로운 정보가 쌓여 더 많은 이를 끌어들이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스톤은 “백지에 그림을 그리듯, 사용자들이 창의력을 발휘해 스스로 트위터의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광고팀은 스탠딩 회의를 하고 있었다. 폭발적인 가입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하던 트위터는 지난달 광고 검색 서비스를 시작했다. 검색을 하면 일반 트위터 메시지와 비슷한 광고 문구가 검색 결과 맨 위에 뜬다. 순수하게 주고받던 메시지에 광고가 끼어들면 사용자들이 거부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스톤은 “광고가 흥미로운지 평가하는 장치를 만들어 재미없다고 판명나면 광고를 내리고 광고료도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광고도 정보와 재미를 주겠다는 것이다. 국제사업팀 직원들은 담당 국가의 국기를 걸어 놓았다. 현재 트위터는 영어·프랑스어·독일어·스페인어·이탈리아어·일본어 등 6개 국어로 서비스한다.
스톤은 “7∼9월 중에 한국어 버전 트위터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어 번역을 맡을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으며, 사용자 검색 등 여러 기능을 한국 실정에 맞게 꾸밀 계획이라고 한다.
샌프란시스코=박현영 기자, 사진=LA 중앙일보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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