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學 이야기

알베르카뮈의 이방인

성영신 심연 2009. 3. 6. 10:12

책소개

알베르 카뮈의 대표적인 소설. 부조리하며 용서없이 명철한 의식의 소유자인 주인공 뫼르소를 중심으로 하는 장편소설. 이야기의 1부는 뫼르소가 전보를 받는 목요일과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일요일 사이의 18일이며, 2부는 심문이 계속되는 1년 동안의 이야기다.

 

저자소개

알베르 카뮈 1913년 알제리 몽드비에서 출생하였다. 당시 알제리는 프랑스의 식민지 였다. 농업노동자였던 아버지가 1차 세계대전 중 전사하고, 청각장애인 어머니와 가난 속에서 자랐다. 초등학교 시절 L. 제르맹이라는 훌륭한 스승을 만났다. 어렵게 대학에 진학해 고학으로 다니던 알제대학교 철학과에서 평생의 스승이 된 장 그르니에를 만나 큰 영향을 받게 되었다. 한때 공산당에 가입했던 그는 비판적인 르포와 논설로 정치적인 추방을 당하기도 했고, 프랑스 사상계와 문학계를 대표할 만한 말로, 지드, 사르트르, 샤르 등과 교류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몰입했다 1942년 이방인을 발표하면서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195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후 최초의 본격 장편소설 '최초의 인간'집필 작업에 들어갔으나 1960년 자동차 사고로 생을 마쳤다.

 

 인간은 공히 수많은 우연들의 손재주가 빚어낸 그릇에 다름 아니다. 특정 시대에 특정 유형의 인간들이 존재한다고들 하지만, 인간은 모두가 제 나름대로의 형태와 무늬를 지닌다. 또한 오늘날 사람들은 자기만의 담을 쌓고 그 안에 안주함을 목적으로 부산하지만, 설사 그 담 너머의 또 다른 존재자를 이해할 의도를 품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더러 엉뚱한 폭력적 의식(儀式)을 기획해버리곤 한다. 카뮈의 『이방인』은 모든 인간을 자신들의 이해로 걸러낼 수 있다고 믿는 무지한 폭력배들의 실상을 고발하고 있다.

 우리가 정한 이치로 여기는 인과율이라는 것은 얼마나 많은 기포를 지니는가! 어머니의 장례식에서는 슬퍼 일그러진 얼굴과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이 인과적이고, 모종의 살인사건에는 피해자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이 인과적이라고 보는 것이 삶을 단순하게 보려는 데 익숙해진 인간들의 습성 아니던가! 주인공 뫼르소는 뭇 사람들의 그러한 인과적 척도와 교착되지 않은 채 살아왔던 이 시대의 변종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 시대의 고상한 불한당들이 갖지 못한 정직함과 순수함을 은연중에 암시해준다. 


내용
 인간에 대한 인간의 몰이해가 빚은 참극은 카프카의 단편인 『판결』에도 드러나는 바였다. 나는 일전에 그의 글을 통해 인간의 삶을 '어느 곳으로 기울어질지 알 수 없는 저울추'에 비유한 적 있는데, 삶의 그러한 성격은 카뮈의 『이방인』에서도 비춰지고 있다. 그는 뫼르소의 입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탈출의 가능성이며 무자비한 절차 밖으로의 도피이며 가능한 모든 희망의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을 향한 미친 듯한 질주인 것이다. 물론 이 희망은 전속력으로 달려가다가 방향을 알 수 없는 곳에서 날아온 한 방의 총알을 맞고 길모퉁이에서 거꾸러지는 그런 것이다."(p.124) 아무런 기운 없는 나의 몸뚱이는 언제 어느 우악스런 손바닥에 떠밀리게 될 지 전혀 종잡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놀라운 것은 삶의 부조리한 성격을 감내하고 극복해내는 주인공의 사려이다. 사형언도라는 육중한 짐에 깔려 비참한 죽음만을 남겨둔 뫼르소에게는 끝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 그들이 지니지 못한 초인적 힘이 주어진다. 그는 신부와의 언쟁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을 깨닫는다. 자신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언제 드리워지든, 죽음을 앞둔 자의 두려움이란 똑같은 것이기에 인간은 누구나 사형수임을. 또한 자기를 선택한 삶의 숙명이 아닌 이상 그에게 중요할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내게도, 다른 이들에게도 자신들만의 숙명이 존재하며, 타인의 숙명이 아닌 것을 타인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은 카뮈가 『시지프의 신화』에서 제시한 삶을 다루는 바람직한 태도에 관한 내용을 다분히 연상시키는 것이었다. 죽음을 앞둔 그가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의 심지에 불을 붙이고 있음은 자못 감동적이다. 뫼르소는 말한다. "그처럼 죽음의 가까이에서 어머니는 해방감을 느꼈고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준비를 했던 게 틀림없다. 누구도, 그 누구도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서 눈물을 흘릴 권리가 없다. 나 또한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수 있을 것처럼 느껴졌다."

 아! 그는 이제 모든 것을 다시 살기 위해 죽음을 살 용기마저 갖게 된 것이다!

2006. 9. 2
粗髥散筆.

'♪ 文學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과 해설  (0) 2009.11.22
고향 길  (0) 2009.06.03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0) 2009.04.24
우리의 영원한 시인 김소월  (0) 2009.04.14
[스크랩] 장 폴 사르트르 (Jean Paul Sartre)  (0) 2009.02.26